Jaein Jung: Every Night, I Ruin the Spider’s Home
정재인 개인전 《나는 매일 밤 거미집을 망친다》
2026.8.27–9.17
크리스프 웨지는 오는 2026년 8월 27일부터 9월 17일까지 정재인의 개인전 《나는 매일 밤 거미집을 망친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6 Crisp Wedge Frize 선정 작가 개인전으로 마련되었으며, 작가가 최근 1년간 발전시켜온 회화적 태도의 변화를 신작 중심으로 소개한다.
작가는 매일 밤 같은 자리에서 다시 얽히는 거미줄을 닦아내는 반복적 행위에서 이번 전시의 출발점을 가져온다. 거미가 끊어질 것을 알면서도 매일 새로 집을 짓듯, 정재인은 완결이 아니라 미결의 상태를 그림의 조건으로 받아들인다. 이는 본다는 것과 안다는 것 사이의 간극, 기억이 원인과 결과를 잃고 감각의 단서로만 남는 순간에 대한 작가의 오랜 관심과 맞닿아 있다.
정재인은 삶에서 마주친 사건들, 허구보다 낯선 일상의 장면들을 은유적 형상으로 화면에 옮겨왔다. 이번 신작에서는 드로잉으로 심상을 먼저 정리하던 이전 방식에서 벗어나, 감각에 의존해 화면을 직접 구성하는 방식으로 작업 태도가 이동했다. 색감의 변화도 뚜렷하다. 이전 연작에서 주로 쓰였던 에메랄드빛과 새벽의 푸른 톤 대신, 이번 전시에는 붉은 톤이 화면 전반을 채운다.
화면 구성에서도 실험이 이어진다. 유화 물감이 리넨에 스며들고 번지는 감각, 붓이 표면에서 밀려나는 저항감에 주목하며 촘촘하고 부드러운 표면을 쌓아온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모델링 페이스트를 도입해 화면에 두께와 촉각적 질감을 더했다. 달의 차고 기움, 날개로 변주되는 손가락의 형상, 이면의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가 되는 달의 이미지 등 서로 다른 시간과 경험이 스며들며 새로운 풍경으로 번져나가는 과정이 화면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번 전시는 정재인의 작업을 하나의 고정된 의미로 수렴시키기보다, 기억과 시선이 느슨하게 이어지고 때로 엇갈리는 상태 그대로를 드러내는 자리다. 크리스프 웨지는 이 전시를 통해 결핍이나 미완을 오히려 작업을 지탱하는 조건으로 다루는 작가의 태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정재인(b.1992) 작가는 관계의 불완전함과 시선의 어긋남에서 기인하는 복잡한 감정들을 회화적 언어로 탐구한다. 지지체 위에서 스며들고 부유하는 유채의 물성을 조율하며, 이미지와 서사 사이의 간극을 촘촘하게 메워 나간다. 일상의 평범한 장면을 새로운 형상으로 탈바꿈시켜 우리가 믿는 진실 너머의 또 다른 이면을 추적한다.
Crisp Wedge is pleased to present Every Night I Ruin the Spider's Home, a solo exhibition by Jaein Jung, on view from August 27 through September 17, 2026. Organized as the solo presentation for the artist selected through the 2026 Crisp Wedge Frize, the exhibition centers on new paintings that trace a shift in Jung's pictorial attitude over the past year.
The exhibition takes its starting point from a recurring act: every night, in the same spot, the artist wipes away a spiderweb that reforms by morning. Just as a spider rebuilds its web each day knowing it will break again, Jung Jae-in treats the unfinished—rather than the completed—as the very condition of painting. This stance is tied to her longstanding interest in the gap between seeing and knowing, and in the moment when memory, severed from cause and effect, survives only as a fragment of sensation.
Jung has long translated events encountered in life—everyday scenes stranger than fiction—into metaphorical form on canvas. In this new body of work, she departs from her earlier method of first working through images in drawing, moving instead toward composing the picture plane directly through sensation. The shift in palette is equally pronounced: in place of the emerald and pre-dawn blue tones that characterized her previous series, red now dominates the surfaces on view.
Formal experimentation continues elsewhere in the work. Long attentive to the sensation of oil paint seeping and spreading into linen and the resistance of the brush against the surface—qualities she has used to build dense, soft-textured planes—Jung introduces modeling paste in these new paintings, adding thickness and tactile texture to the canvas. Throughout the exhibition, different times and experiences bleed into one another and expand into new landscapes: the waxing and waning of the moon, fingers that transform into wings, and the moon as a passage into a world beyond the visible recur across the works.
Rather than resolving Jung Jae-in's practice into a single fixed meaning, this exhibition presents memory and gaze exactly as they are—loosely linked, at times diverging. Through this presentation, Crispwedge introduces an artist who treats lack and incompletion not as deficiencies but as the very conditions that sustain the work.
Jaein Jung(b.1992) explores, through the language of painting, the complex emotions that arise from the imperfection of relationships and the misalignment of gazes. Modulating the material qualities of oil paint as it seeps into and floats upon its support, she carefully closes the gap between image and narrative. Transforming ordinary everyday scenes into new forms, she traces another side of truth beyond what we believe to be real.
Jaein Jung, Installation view, Every Night, I Ruin the Spider's Home, Crisp Wedge, Seoul, 2026
Jaein Jung, Installation view, Every Night, I Ruin the Spider's Home, Crisp Wedge, Seoul, 2026
Jaein Jung, Installation view, Every Night, I Ruin the Spider's Home, Crisp Wedge, Seoul, 2026
Jaein Jung
홍색 하늘 Crimson Sky
2026
Oil on linen
162 × 192.1 cm
Jaein Jung
홍색 하늘 Crimson Sky (detail)
Jaein Jung, Installation view, Every Night, I Ruin the Spider's Home, Crisp Wedge, Seoul, 2026
Jaein Jung, Installation view, Every Night, I Ruin the Spider's Home, Crisp Wedge, Seoul, 2026
Jaein Jung
무한의 갈증 Infinite Thirst
2026
Oil on linen
97 × 194 cm
Jaein Jung
나의 꼬리 My Tail
2026
Oil on linen
91 × 197 cm
Jaein Jung
나의 꼬리 My Tail
2026
Oil on linen
91 × 197 cm
Jaein Jung, Installation view, Every Night, I Ruin the Spider's Home, Crisp Wedge, Seoul, 2026
Jaein Jung, Installation view, Every Night, I Ruin the Spider's Home, Crisp Wedge, Seoul, 2026
Jaein Jung
왼쪽 날개 Left Wing
2026
Mixed media on linen
30 × 30 cm
Jaein Jung, Installation view, Every Night, I Ruin the Spider's Home, Crisp Wedge, Seoul, 2026
Jaein Jung, Installation view, Every Night, I Ruin the Spider's Home, Crisp Wedge, Seoul, 2026
Jaein Jung
Docking series 1-12
2026
Oil on linen
30 × 30 cm
Jaein Jung
Docking series 1-12
2026
Oil on linen
30 × 30 cm
Jaein Jung
Docking series 1-3
2026
Oil on linen
30 × 30 cm
Jaein Jung
Docking series 4-6
2026
Oil on linen
30 × 30 cm
Jaein Jung
Docking series 7-9
2026
Oil on linen
30 × 30 cm
Jaein Jung
Docking series 10-12
2026
Oil on linen
30 × 30 cm
Jaein Jung, Installation view, Every Night, I Ruin the Spider's Home, Crisp Wedge, Seoul, 2026
Jaein Jung, Installation view, Every Night, I Ruin the Spider's Home, Crisp Wedge, Seoul, 2026
Jaein Jung, Installation view, Every Night, I Ruin the Spider's Home, Crisp Wedge, Seoul, 2026
Jaein Jung
Horizontal
2026
Oil on linen
72.7 × 100.4cm
Jaein Jung, Installation view, Every Night, I Ruin the Spider's Home, Crisp Wedge, Seoul, 2026
Jaein Jung, Installation view, Every Night, I Ruin the Spider's Home, Crisp Wedge, Seoul, 2026
Jaein Jung
가는 길 The Way There
2026
Oil on linen
32 × 51 cm
Jaein Jung
오는 길 The Way Back
2026
Oil on linen
32 × 51 cm
Jaein Jung
산책 A Walk
2026
Oil on linen
20 × 20 cm
Jaein Jung
Cycle Series 3, 2, 5, 7, 6, 1 (clockwise)
2026
Oil on linen
30 × 30 cm
Jaein Jung
밀리미터 Millimeter
2026
Mixed media on linen
65 × 35 cm
Jaein Jung, Installation view, Every Night, I Ruin the Spider's Home, Crisp Wedge, Seoul, 2026
Jaein Jung, Installation view, Every Night, I Ruin the Spider's Home, Crisp Wedge, Seoul, 2026
Jaein Jung
Cycle Series 4
2026
Oil on linen
30 × 30 cm
Jaein Jung, Installation view, Every Night, I Ruin the Spider's Home, Crisp Wedge, Seoul, 2026
(Above)
Jaein Jung
작별의 법칙 The Law of Farewell
2026
Mixed media on linen
30 × 30 cm
(Below)
Jaein Jung
꼭대기 The Summit
2026
Mixed media on linen
30 × 30 cm
Opening Text of Jaein Jung: Every Night, I Ruin the Spider’s Home (KOR)
정재인 개인전 《나는 매일 밤 거미집을 망친다》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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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의 행인들은 종종 거미집을 망친다. 미지근한 바람이 풀냄새를 몰고 찾아오는 여름밤을 거닐다 보면, 가로등이나 수풀 사이에서 날아든 거미줄이 몸에 달라붙을 때가 있다. 정재인은 매일 밤 돌아가는 길에, 늘 같은 자리에서 달라붙는 거미줄을 닦아낸다. 일과를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시간에, 거미 역시 하던 대로 실을 던진다. 바람에 팔랑이던 줄이 힘없이 피부에 달라붙고, 작가는 끈적이는 거미줄을 비벼 걷어낸다. 거미는 바람이 잘 들고, 닻을 고정시키기 좋은 지점에, 그리고 먹이가 자주 드나드는 자리를 찾아 그물을 짓는다. 한곳에 머물다가 식구가 많아지면 각자의 새로운 터전을 찾아 뿔뿔이 흩어진다. 투명하고 끈적하게 날아드는 줄은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는 거미의 다짐이기도 하고, 미결된 시도이기도 하다. 거미줄이 끊어지는 데는 수많은 이유와 의미가 있었지만, 줄을 끊는 행인들은 자신들의 시간을 향해 걸었을 뿐, 거미의 사정은 알 수 없었다. 운명과 우연이 맞닿는 바람에 거미줄이 끊어진다. 거미는 매일 망가지기 위한 집을 짓는다.
무언가를 온전히 이해하는 일이 가능할까? 보는 것과 아는 것은 어떻게 이어지고, 또 얼마나 다를까. 그림을 통해 누군가의 시선을 바라보는 일과, 그 장면을 담았을 작가의 시야 사이의 간격은 얼마나 멀거나 좁을까. 왜 거미가 매일 같은 자리에 집을 짓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던가. 보이는 것 이면의 사정을 놓치는 일은 슬픈 일일까, 아니면 숙명일까.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에 더 오래 바라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세상을 바라보는 감각은 늘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여러 관계 속에서 얽히고, 때로는 균열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해나간다. 정재인은 감각과 언어, 관찰하는 것과 관찰되는 것, 과거와 현재가 서로 맞닿는 틈을 바라본다. 기억은 닮은 것끼리 이끌리고 이어진다. 사건이 오래 지속되고 반복되면 원인과 결과는 희미해지고, 기억에서 떨어져 나온 이유를 단정할 수 없는 복잡한 감각만이 단서처럼 남는다. 작가는 그 불완전한 접점과 단서들을 바라보며, 기억의 조각들이 어떻게 서로에게 관여하는지, 그리고 모호한 관계와 감각을 어떻게 회화로서 가시화할 수 있는지 탐구해왔다.
정재인은 삶에서 발견한 것들, 시간과 여러 관계를 거치며 터득한 것들을 그린다. 수많은 시간들이 교차하거나 영향을 주고 잊히면서 지금을 만든다. 일상에서 경험한 것들, 허구보다 더 믿기 힘든 사실들, 꿈보다 더 환상 같은 풍경들,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장면들을 떠올려 본다[1]. 정재인은 삶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은유적인 형상 속에 담아왔다. 정재인의 은유는 하나의 대상에 시선을 머물게 하기보다 그 형상을 둘러싼 분위기와 관계를 드러낸다. 이번 전시 ≪나는 매일 밤 거미집을 망친다≫(2026)에서는 이러한 은유가 한층 유기적으로 드러난다. 그동안은 드로잉을 통해 심상을 가다듬고 화면을 구성하는 단계를 거쳤었는데, 신작에서는 감각에 의존해 화면을 구성해 보기 시작했다. 언젠가 보았던 것들과, 달콤하거나 지독하게 체감했던 것들이 내면에서 어떤 형상을 이루었는지 회화를 통해 탐색한다. 정재인의 작업적 태도 변화는 색감에서 먼저 드러나곤 한다. 작가가 선택한 색은 이미지들이 자연스럽게 균형을 찾도록 하고, 연작 속에 드러나는 다양한 시점들을 개별적이면서도 동시에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전에는 에메랄드 색이나, 새벽의 차분한 푸른빛이 나타났었고 이번에는 붉은 톤이 주로 등장한다. 그는 어느 날 바라본 하늘이 무한히 열려 있는 듯한 개방감을 느꼈다고 했다. 끝없이 펼쳐지고 변화하는 하늘처럼, 작업의 방향을 열어두고 암묵지[2]의 풍경을 탐색한다.
보이는 것과 그 이면의 진실이 엇갈리는 순간이 있다. 서로 다른 시야와 감각은 가느다란 접점을 사이에 두고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진다. 정재인은 회화가 이끄는 서사를 하나의 대상이나 고정된 의미로 수렴하기보다는, 기억들이 맞물리고 교차하며 이미지가 변화하는 모습에 집중해 본다. 꿈속에서 일상에서 수집된 감각과 형상들이 생경한 모습으로 나타나듯, 서로 다른 시간과 경험들이 서로에게로 스며들며 새로운 풍경으로 번져 나간다. 모습을 바꾸는 달의 모습[3], 늘어진 손가락이 드리워진 날개가 되기도 하고[4], 하늘의 달이었던 것은 이면의 세계를 암시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5].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는 구름에서 닮은 의미를 찾아나가듯, 화면에 나타난 형상들을 따라가며, 물감을 얇고 섬세하게 퍼뜨리고 쌓아나간다. 유화 물감이 리넨에 스며들거나 번져나가는 느낌과, 붓이 지지체의 표면에 밀려날 때의 저항감에 집중하며 촘촘하고 부드러운 표면을 구현한다. 신작에서는 모델링 페이스트를 사용해 화면에 두께감을 더하고, 섬세한 필치와 함께 촉각적인 질감을 강화했다. 필치와 형상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다 보면, 작가가 체감한 시간의 흐름을 감각하게 된다.
모든 설명이 잦아들고 오직 모습만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순서를 알 수 없을 만큼 아득한 이야기를 마주하는 순간 오히려 절실하게 이해하게 되어 버리는 때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선명했던 기분을 다시 꺼내 설명하려고 하면, 희한하게도 명료했던 그 감정들은 늘 단어 속에서 부서진다. 회화는 그런 무너짐을 받아들인다. 불완전하기에 설득력을 가지는 언어가 있고, 흩어져 있을 때 오히려 선명해지는 장면이 있다. 이름과 모습은 달라도 공명하는 기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매일 거미집을 망치는 일과 망가질 집을 다시 짓는 거미처럼, 기억과 시선은 늘 느슨하게 이어지고 때론 엇갈린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의미는 자주 번복된다. 흐르는 시간은 때로 새로운 형태의 관계를 발견하게 하고, 때로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하기도 한다. 무언가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은 그만큼 무언가를 오래 바라보고 이해하려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언젠가 느꼈던 사랑이 나의 일부가 되어 있기도 하고, 결핍이 결국은 지지대가 되어 스스로를 성장시키기도 했던 것처럼. 이곳 크리스프 웨지에서 잠시 정재인의 시간에 흐름을 맞추어보자. 전시장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다시 서로의 삶으로 돌아가겠지만, 이곳에서 잠시 서로의 궤적이 맞물렸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문소영 (독립 기획자)
[1] 작업에서는 일상 속에서 발생한 사건들, 혹은 우연처럼 다가온 마주침에서 파생된 이미지들을 다루었다. 그 안에서 대상 간의 관계성, 즉 필연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관계를 통해 서사가 촘촘히 짜여갔다. (정재인 작가노트 중 발췌)
[2] 경험을 통해 체화되어 있지만 말과 글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몸에 축적된 지식을 뜻한다.
[3] Docking series 1-12 , 2026, oil on linen, 12x22.7cm(each)
[4] 오는 길, 2026, mixed media on linen, 32x51cm, 왼쪽 날개, 2026, mixed media on linen, 30x30cm
[5] 무한의 갈증, 2026, oil on linen, 97x194cm